‘용서받지 못한 자’부터 ‘공작’까지 윤종빈 감독이 확장해 온 남자들의 세계 5

twitter facebook google+  18.08.10
‘용서받지 못한 자’부터 ‘공작’까지 윤종빈 감독이 확장해 온 남자들의 세계 5
2018.08.10 by 채 소라
‘남성 호르몬이 충만한 그 순간, 변화무쌍한 24시간을 그리고 싶었다.’ 윤종빈 감독의 단편영화 ‘남성의 증명’(2004) 연출 의도다. 단편영화를 만들던 시절부터 윤종빈 감독은 남성과 남성들 세계에 집중해왔다. 그러면서 시대와 공간을 활용해 그 범위를 넓히고 있다.

# 부조리한 군대 문화 속 군인들


‘용서받지 못한 자’(2005)

‘용서받지 못한 자’는 군대문화로 고통받는 중학교 동창 유태정과 이승영의 이야기를 그린 윤종빈 감독의 장편데뷔작. 그의 대학교 졸업작품이기도 하다. 사진 청어람
‘까라면 까’야 하는 씁쓸한 군인들의 초상. ‘용서받지 못한 자’는 2년여 동안 상황에 따라 모범적인 군 생활을 하는 말년병장 유태정(하정우)과 그의 신참으로 들어온 중학교 동창 이승영(서장원)의 관계를 들여다본다.

주인공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군대 문화에 적응했다. 태정은 무조건적인 계급문화에 순응하면서 상황에 따라 인간적인 관계를 맺는다. 반면 승영은 자기 신념에 반하는 문화를 견디지 못하는 인물이다. 윤종빈 감독은 예상치 못한 죽음을 목격하고 고통받는 인물들을 통해 군대의 부조리한 이면을 면밀히 담아냈다. 그의 장편영화 데뷔작.

# 화려한 밤을 부유하는 호스트의 세계


‘비스티 보이즈’(2008)

윤종빈 감독의 두 번째 장편 ‘비스티 보이즈’는 호스트바를 배경으로 현실에 치이는 청춘을 그렸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돈에 살고 돈에 죽는 호스트들. ‘비스티 보이즈’는 값비싼 청담동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승우(윤계상)와 재현(하정우)의 일상을 그린 영화다. 누나라 부르는 돈 많은 여성들에게 기생하는 삶, 연인에게도 돈 문제를 떠안기게 되거나 거친 언행을 일삼는 호스트의 세계가 적나라하게 표현된 작품이다.

호스트로 일하는 승우와 재현은 건설적인 미래를 계획하지 못하는 청춘이다. 승우는 부유했던 과거를 잊지 않는 청담동의 넘버원 호스트다. 그에게 호스트 일을 소개한 재현은 깊이 고뇌하는 것을 회피하고 화려한 밤 세계에서 폼 나는 매 순간을 즐긴다. 윤종빈 감독은 전작에 이어 다시 한번 서로 다른 두 인물을 대비시키며 그들이 사는 세계를 조명했다.


#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한 남자, 최익현의 30년 사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2012)

윤종빈 감독이 처음으로 블록버스터급으로 큰 규모의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를 연출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선포한 범죄와의 전쟁을 소재로 세계관을 확장했다. 사진 쇼박스
윤종빈 감독은 한국 근현대사를 접목해 범죄조직과 정치인의 세계로 시야를 넓혔다. 영화는 1982년 부산을 배경으로 비리 세관원이었던 최익현(최민식)이 범죄조직과 결탁하면서 펼쳐지는 30년의 일대기다.

최익현은 해고 위기에 처했다가 자기 지위를 이용해 범죄조직의 신뢰를 얻는 데에 성공한다. 그는 정치인과도 타협하는 범죄사회에서 파란만장하게 적응하며 노력한 끝에, 슬하에 검사 아들을 두고 안정적이고 고상한 삶을 영위하게 된다. 한 사람의 일생을 거울삼아 한국 사회를 비춰본 윤종빈 감독의 최고 흥행작이다.


# 탐관오리 착취에 맞선 영웅호걸들


‘군도: 민란의 시대’(2014)

윤종빈 감독이 첫 사극에 도전했다. 활극이라는 장르적 쾌감을 구현하며 꿋꿋하고 의로운 백성 군상을 보여준다. 사진 쇼박스
시대는 양반과 탐관오리들의 착취가 극에 달했던 조선 철종 13년. 조선 액션 활극을 표방한 ‘군도: 민란의 시대’는 의적들의 전설적 존재 도치(하정우)와 양민을 수탈하는 나주 대부호 조윤(강동원)의 맞대결을 그린다.

활극의 중심인물은 도치와 조윤이지만, 영화는 의적 무리이자 유사가족인 군도를 중심으로 보여준다. 도치는 민초의 대표라 할 수 있다. 맷집 단단한 머리를 방패 삼고 양손에 쌍칼을 휘어잡는 야인이다. 그 대척점에 있는 조윤은 비운의 서자로 성장한 조선 최고의 무관 출신이다. 군도의 리더 대호(이성민)나 전략가 이태기(조진웅), 유일한 여성인 저격수 마향(윤지혜) 등 도치와 조윤을 둘러싼 다양한 인물 군상도 배치돼 있다. 인간미 넘치는 세상이 꿈꾸는 윤종빈 감독의 마음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 북핵을 사이에 둔 남북한 남자들


‘공작’

흑금성 사건 실화를 소재로 만든 첩보극이다. 남한 스파이와 북한 고위직의 우정담을 통해 남북한 화합을 바라는 의도를 영화에 담았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1990년대 초 실제로 일어났던 북파 스파이 흑금성 사건을 영화화한 작품. 이야기는 정보사 소령 출신 박석영(황정민)이 국가안전기획부의 지령을 받아 북파 스파이 흑금성으로 활약하는 첩보극이다.

거시적으로 보면 남한과 북한의 대립구도이지만, 그 안에는 박석영과 북한의 대외경제위 처장 리명운(이성민)의 우정이 있다. 윤종빈 감독은 분단국가의 구성원을 주인공으로 세우고, 의심을 품고 만난 두 사람이 팽팽한 긴장감과 위로, 타협 등을 거쳐 화합에 이르는 과정을 그려냈다. 개인의 우정담에 남북한의 국가관계를 반영했다. 냉전이 낳은 스파이의 정체성과 분단국가의 모순을 매끄럽게 비유한 수작이다.

채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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