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못하는 소심쟁이들, 당신은 천사가 아닙니다

twitter facebook google+  2016.06.20
친한 후배가 오랜만에 전화해서 옆 부서에서 진행 중인 기획서 자료를 구해달라고 했습니다. 어려운 일이지만 일단 알아보겠다고 했습니다. 쉬운 일은 아니라 우물쭈물하고 있는 사이 시간이 흘렀습니다. 일주일 후 후배가 전화를 하더니 바로 안 된다고 했으면 다른 회사 자료라도 찾아봤을 텐데 너무 늦어 버렸다면서 저를 원망하고 끊었습니다. 저는 매사가 이런 식입니다. 처음부터 안 된다고 말을 바로 하지 못해 괜히 욕을 먹습니다. 또 누가 잘못을 해도 바로 ‘이건 아니잖아’라고 못합니다. 또 대출상담, 은행의 고객만족도 조사 전화도 바로 못 끊고 응대를 합니다. 어제도 친구의 하소연을 삼십분이나 듣다가 고객과의 약속에 늦고 말았습니다. 저 왜 이런 거죠? / 거절 못해 민폐양산 중인 J




‘No’가 바로 튀어나오지 않는 당신은 자기확신감이 결여된 사람입니다. 아이가 태어나서 엄마, 맘마 다음에 하게 되는 말이 ‘아니야’입니다. 어떤 정신분석가는 ‘아니야’라는 말을 ‘제2의 탄생’이라고 했습니다. 어머니의 몸에서 태어난 것이 신체적 탄생이라면 ‘아니야’라는 말을 하는 것은 마음 안에 자기만의 기준점이 만들어졌다는 신호이니 심리적 탄생이라 할 만하다는 것이지요. 자기 기준점을 중심으로 사안에 따라 좋다, 싫다라는 말을 하게 되니까요. 이런 자기 기준점이 분명해야 매사를 선택할 때 확신을 갖고 하고, 자존감이라는 것이 명확해집니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왠지 모르게 이 부분이 약합니다. 자기가 생각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반응이 더 중요한 기준점이 되는 거죠. 하늘이 파랗다는 말도 옆 자리의 세 명이 “아니야 빨간 색이야”라고 우기면 정말 그럴 것 같다는 불안감에 휩싸이는 성격입니다. 이들은 자기주장(assertiveness)과 무례함(rudeness)사이의 작두타기에서 항상 자신의 태도와 행동이 자칫 무례하게 보일 수 있다고 자동적으로 여기고 알아서 기는 타입입니다. 그러니 무리한 부탁을 듣더라도 당신을 무례한 사람으로 여길까봐 쉽사리 ‘아니야’ ‘싫어’라는 말은 못하고 우물쭈물하며 시간을 끌게 되는 것이죠. 윗자리에 올라가 아랫사람의 감당하기 어려운 비판을 들어도 ‘사람이 변했어’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그가 상처받을까봐 두려워 허허 웃으며 받아줍니다. 그러다 뒷통수 맞거나, 우스운 사람만 되기도 합니다. 결국 ‘난 안돼’라는 자괴감은 커져 주변 반응에 대한 예민함은 강도를 더하고, 내부의 기준보다 타인의 기준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악순환에 빠져 버립니다. 외부에 기대는 이런 방식은 에너지 고갈의 원인이 되 풀리지 않는 피로만 남습니다.

p.s. “사람이 변했어”라는 말을 듣기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사람은 끊임없이 변해야하는 겁니다. 당신은 좀 변해줘야 할 시점입니다.
안 되면 안 된다고 바로 말을 해버리세요. 그게 상대방을 위해서도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있으면 욕하고 비판하세요. 이 세상에는 ‘남에게 욕먹지 않는 천사표 인간’은 없습니다. 이제부터는 자잘한 영양가 없는 관계는 외면하고 조금 독하게 자기 일에만 집중해 보세요. 당신의 욕먹기 통장의 잔고는 지금 제로입니다. 빚이 무섭다고 대출 한 푼 없이 100% 자기 돈으로 집을 사는 사람은 바보지요? 삶의 규모를 키우려면 적당한 마이너스 계정이 필요합니다. 어느 정도 빚이 있어줘야 삶에 긴장이 생기지요. 마이너스를 두려워하는 당신, 비어있는 욕먹기 통장을 적당히 채워주세요. 인생 계정의 건전성은 도리어 좋아질 것입니다. 욕먹는 사람이 오래 산다는 말은 괜한 말이 아닙니다. 지금 지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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