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자 구출 못한 죄책감에 목숨 끊은 소방관.. 法 '순직 인정'

twitter facebook google+  2018.08.05

자신이 구조하지 못한 사고자가 숨지는 것을 목격한 후 스트레스를 겪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소방관에 대해 법원이 순직한 것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함상훈)는 소방관 A씨의 유족이 "순직유족보상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한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11월 승합차 매몰 사고 현장에 출동했다. A씨는 승합차 탑승자 6명 중 5명을 구조했지만 나머지 1명은 구조받지 못하고 숨졌다. A씨는 스트레스를 겪다 한 달쯤 뒤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은 2016년 4월 A씨가 순직했음을 인정하고 유족보상금을 지급하라고 공무원연금공단에 요구했다. 그러나 연금공단은 "사망과 공무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거절했다. 유족들은 공무원급여재심의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했지만 기각당했다. 이에 직접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 유족들에게 순직유족보상급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A씨가 매몰사고 때문에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 맞다고 봤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토사 매몰현장은 장비 부족과 작업시간, 체력 부담으로 소방관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작업"이라며 "A씨는 구조하지 못한 1명이 질식사하는 현장을 목격했고, 5명을 구조한 이후 사망자의 시신을 차에서 꺼내는 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는 매몰현장 구조작업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정신적 억제력 등이 저하돼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해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소방관 실태 조사에서 불면증이나 자살 충동을 느끼는 비중이 높게 나타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며 "A씨도 실제 업무 부담 등을 호소해 병원에서 수면장애 진단을 받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현장은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며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고, 공무원연금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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